그녀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평생에 한 번 우승하기도 힘들다는 4대 메이저대회를 하나하나씩 정복할 때도 그녀의 감정 표현은 밝게 웃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우승하는 것보다 우승자들이 보여주는 감정 표현의 반만이라도 보여주면 그것이 이슈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1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하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녀였으니 우승의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팅을 끝냈을 때의 감정 표현이 궁금했었다.   





그런 그녀가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양손을 높이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활짝 웃은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몇 개월의 힘겨운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부상을 당한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난들과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여자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과거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이 올림픽 우승의 기쁨을 한껏 표현한 그녀를 사진으로 찍어 현재의 골프여제를 축하했다. 



강풍이 몰아치는 3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이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던 그녀는, 116년만의 올림픽 챔피언에 오르기 위한 파이널 라운드의 초반부터 경쟁상대들을 압도했다. 그녀는 '침묵의 암살자'답게 전반 9개의 홀에서 현 세계 1위이자 온갖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는 골프천재 리디아 고를, 중국의 여자골프를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린 펑 샨샨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마지막 홀에서 벙커를 오갔지만 파로 마무리짓는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며 역사적인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인비, 그녀는 이제 여자골프의 신화가 됐다.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며 한국여자골프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으며, 자신의 키즈들이 세계여자골프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위대한 골프선수 박세리의 전설도 넘어섰다. 다른 많은 분들처럼, 박인비와 박세리가 포응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스포츠광인 필자에게는 행운이자 더없는 기쁨이었다. 박찬호와 박세리를 보면 IMF 외환위기를 넘겼는데, 제2의 IMF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인비의 우승은 그야말로 '최고의 사이다'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양희영, 전인지, 김세형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한국 여성들의 뛰어남을 입증하는 이들의 선전 때문에 푸른기와집을 임대한 노처녀의 히스테리를 대신할 수 있다면 더는 바람이 없을 것 같다. 여자피겨의 역사에 김연아가 있다면 여자골프의 역사에는 박인비가 있다. 이 이상의 글은 사족에 불과하리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전 세계 1위 박인비와 현 세계 1위 리디아 고가 챔피언 조에서 경쟁하는 리오올림픽 여자골프 파이널 라운드는 역사상 최고의 빅매치로 회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연속된 부상으로 골프여제의 자리를 리디아 고(뉴질랜드 대표)에게 넘겨준 박인비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오른 것과 3라운드에서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리디아 고의 상승세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는 진검승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전반 라운드(1~9홀)가 진행 중인 둘의 대결은 역대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 세기를 뛰어넘은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을 가린다는 점에서 여자골프사의 한 획을 긋는 명승부로 기록될 것이다. 2번 홀(파4)에서 리디아 고가 한 타를 잃고 박인비가 한 타를 줄여 그녀의 우승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현재, 미국의 저리나 필라와 스테이시 루이스(2라운드에서 11개의 버디를 기록)가 두 선수를 맹추격하고 있다. 



현재 공동 6위를 달리고 있는 전인지(3라운드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와 꾸준함의 대명사인 양희영이 분전하면 동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박인비의 경우 선두로 출발한 파이널 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한 적이 거의 없어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니 전인지와 양희영이 공격적인 경기로 탓수를 줄이면 한국 여자골퍼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념비적인 라운드로 회자될 수 있다. 



역사상 최고의 여자골퍼로 회자되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그의 라이벌으로서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케리 웹(호주), 이들과 무적의 3인방을 이루었던 박세리(현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 무적의 3인방을 위협했고 세계 1위에 올라 골프여제로 우뚝섰지만 너무 일찍 은퇴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도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위 10위에 올라있는 선수 중 5명이 한국인이라는 데 있다. 





리디아 고와 이민지의 경우 국적은 호주이지만 그들 역시 토종의 한국인이어서 한국여자골퍼들의 우수성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한 채 똑같은 투자가 이루어지면 한국의 여자선수들이 압도적 1위라는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 리오올림픽 여자골프가 이 논문의 주장을 증명해주고 있다. 글을 쓰는 중에 박인비가 리디아 고와 한 타를 더 줄였기 때문에 우승의 9부능선은 넘은 것 같다. 



루프와 리본에서 부진했던 손연재가 놀라운 뒷심을 발휘해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면 리오올림픽의 피날레는 한국여자선수들의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 전인지와 양희영의 막판 분전을 기대하며 죽을 듯한 폭염을 버티게 해준 한국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대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지난 4년의 노력을 쏟아부어 위대한 여정을 마쳤기에 모두가 승자이며 자랑스런 국가대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배구의 박정아와 축구의 손흥민을 비판하는 네티즌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스포츠에서 승패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승자를 축하하고 패자를 격려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고 정신이다. 여러 가지로 문제로 어수선한 리오에 가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지 못할망정 성적에 따라 특정 선수를 마녀사냥하는 것을 보면 스포츠 분야에서 일베충 같은 자들로 넘처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신자유주의는 스포츠에서도 성적과 결과만 중요하게 만드는 악마 같은 통치술인데, 박정아와 손흥민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이에 지배당한 네티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이들의 언어폭력과 인격살인은 일베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패륜적인 범죄에 해당한다. 사이버 세상의 가장 큰 문제는 개별 이용자의 언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자체적인 정화작업이 매우 중요한 것인데, 이런 면에서 사이버 세상의 일탈과 폭력이 도를 넘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 중 하나가 과격하고 폭력적인 언어 사용인데, 그 불만이 집단적인 광기로 응축돼 특정인을 대상으로 언어폭력과 인격살인으로 변질되면 나치의 전쟁범죄와 똑같은 사이버 범죄가 된다. 여자배구팀의 패배는 네덜란드 선수들의 서브를 선수 전원이 제대로 리시브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했는데, 공격수인 박정아에게 폭력적 언어를 퍼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니와, 비판을 한다면 선수 기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에게 해야 할 일이었다.   



게다가 배구대표팀이 무능하고 한심한 배구협회의 행정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일부 네티진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배구팀이 일본에게 승리한 것도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에 있었다는 것까지 더하면 네덜란드 선수들의 서브가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우리 선수를 공격하는 것보다 네덜란드 선수들을 칭찬하는 것이 진실에도 부합하고, 그것이 스포츠 정신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을 비판하는 것도 도를 넘었다. 축구라는 종목은 아무리 경기에서 우세했다 해도 골을 넣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역습에 실점을 당하면 패배하는 스포츠다. 8강전에서 우세한 공격을 펼치고도 패한 것은 축구라는 종목이 갖는 특성 때문이며, 손흥민의 경우 결정적인 슛팅을 날리는 등 팀의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EPL 개막에도 참석하지 않은 손흥민의 헌신과 눈물을 군대면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에서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군대면제는 선수 전원에 해당하는 것이지 손흥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해도 이런 식의 마녀사냥은 모두에게 마이너스만 될뿐이다. 특히 언어폭력과 인격살인을 서슴지 않는 네티즌들의 영혼도 썩어버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이버 세상이 갈수록 일베충 같은 자들에 의해 악마의 놀이터로 변하고 있다. 이런 식의 마녀사냥이 계속된다면 해당 네티즌들을 끝까지 추적해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만 좋으면 상대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짐승 같은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초딩이라고 해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킹캉이 돌아왔다. 무서운 기세로 메이저리그 2년차를 질주하던 강정호가 의문투성이의 '성폭행 혐의'에 걸려 넘어진 후 강정호의 추락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강정호가 야구에 전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이 무너지자 체력도 급전직하로 떨어졌고, 스윙스피드와 선구안, 수비에서도 문제들이 발생했고, 마음이 급해져 삼진이 늘어나는 등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었다. 





수사 진행상황을 알 수 없어 조심스럽지만, 끝 모를 추락에 더해 프리즈에게 주전경쟁에서도 밀리며 결정이 잦아지던(허들 감독의 강정호에 대한 믿음은 확과하지만) 강정호가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부진 탈출을 증명하는 3개의 홈런이 95~97마일의 공을 받아친 것이고,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여서 강정호의 스윙스피드가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말해준다 



이는 강정호의 체력이 복귀시점에 근접할 만큼 회복됐다는 뜻이다. 체력 회복은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다는 뜻이기도 하고 조급함도 줄어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직 검찰 수사라는 최후의 장벽이 자리하고 있지만,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는 강정호를 보면 '성폭행 혐의'도 최초의 보도와는 달리 무혐의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물론 강정호를 좋아하는 필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성폭행이 사실이라면 강정호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듬직한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의 세이브 추가와 함께, 강정호의 부진 탈출이 올림픽에서 한국의 구기종목들이 전멸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전제가 달린 것이라서 찜찜하기는 하지만, 강정호가 홈런포를 재가동하는데 성공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 강정호의 부활이 시즌 끝까지 이어져 피치버그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졌으면 한다.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가 와일드카드를 차지해도 상관없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수영과 테니스, 골프 등과 함께 흑인의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기계체조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미국의 흑인 기계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의 활약상은 현대올림픽이 나은 최고의 장면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훗날 리우올림픽을 떠올리면 시몬 바일스가 첫 번째로 언급될 가능성이 거의 100%라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일스가 다관왕에 오른 것은 나치의 독일을 선전하기 위해 히틀러가 공을 들인 베를린올림픽에서 미국의 하인즈가 3관왕(최초로 100미터에서 9초대에 들어섰다)에 오른 것, 여자기계체조 역사상 최초의 무더기 만점(10점, 7회)이 나온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코마네치가 2관왕에 오른 것,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검은 9월단'의 테러로 얼룩진 뮌헨올림픽에서 오른 마크 스피츠가 7관왕에 오른 것, 영원불멸할 것 같았던 스피츠의 기록을 깨뜨리며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이클 펠프스가 8관왕에 오른 것 등에 비견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는 등 4번의 올림픽에서 총 28개의 메달(금메달 23개)을 수확한 마이클 펠프스와 단거리 3관왕에 오른다는 전제 하의 우샤인 볼트와 함께 시몬 바일스가 대회 MVP를 다툴 것은 확실해 보인다. 육상을 제외하면 다관왕이 나올 수 있는 종목은 리듬체조 외에는 없기 때문에, 개인종합부터 4개의 세부종목을 싹쓸이하는 리듬체조의 여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들 3인으로 MVP 경쟁이 압축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50미터 권총에서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한 진종오가 3관왕에 올랐거나, 남자 접영 100미터에서 수영황제 펠프스를 꺾은 싱가포르의 수영선수 조셉 스쿨링이 다관왕에 올랐다면, 이들 3인과 함께 대회 MVP를 다퉜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대한민국 대표선수가 대회 MVP에 오르는 날을 기대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출전한 종목에서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P.S.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거리에서 장거리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전종목을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에릭 하이든을 들 수밖에 없다. 그의 전관왕을 육상으로 비유하자면 100미터와 200미터에서 우승한 선수가 마라톤과 경보에서도 우승하는 것과 같다. 하이든의 기록이 전무후무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오승환이 끝내기 역전홈런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8회 무사만루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9회까지 기세가 이어지지 못해 통한의 역전홈런에 무너졌다. 마무리투수가 6개의 아웃을 책임지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오승환의 블런 세이브를 탓할 수만 없다. 결과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패전의 책임은 오승환보다 정도를 벗어난 매시니 감독의 투수기용에 있지 않을까?





매시니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약간의 무리를 하더라도 7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특급마무리였던 로젠탈을 활용할 수 없고, 오승환의 짐을 덜어줄 불팬의 영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승환의 경험과 구위를 믿을 수밖에 없다. 승리를 위해 8회를 책임져야 할 브록스턴이 무사만루를 자초했지만 '끝판왕'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오승환이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시니 감독의 도박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현실은 냉혹했고, 오승환은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하며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오승환이 등판한 상황에 있었다. 오승환에게 2회를 책임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 마무리로서 무사만루라는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오승환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 8회에 전력을 쏟아부었을 것이고, 타석에 선 것까지 합치면 9회를 책임지는 것이 무리였을 수도 있다. 



오승환이 홈런을 맞은 공은 명백한 실투였는데, 투수가 힘이 떨어졌을 때 가운데 높은 볼은 저주처럼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공 6개로 8회를 틀어막았다 해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오승환이 소모한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진 진출을 위한 치열한 순위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터, 오승환 기용에 있어 매시니 감독의 판단이 오늘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오승환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오승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약물 시대'의 폐단을 헬스와 연습량으로 극복해낸 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마무리투수에게 2회를 맡기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모를까, 아직도 두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팀의 마무리를 혹사시키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늘 오승환은 잘 던졌고, 제 역할도 충분히 했다. 문제는 매시니 감독의 용병술이었고, 무사만루를 자초한 브록스턴과 불펜영입에 실패한 구단에 있다. 내일이나 다음의 기회에 멋진 세이브로 끝판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면 된다. 오승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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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의 세이브 행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카디널즈가 특유의 좀비야구를 되살려내면서 세이브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데, 오승환은 혹사논란에도 불구하고 '끝판왕'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명성을 날렸다 해도,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자리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 직전의 선동렬과 최고 마무리 경쟁을 벌였던 사사키(시애틀, 신인왕 수상)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한 동양선수는 거의 없다. 





김병헌(애리조나)과 우에하라(보스턴)도 사사키처럼 압도적인 마무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뉴욕양키스에서 올해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시카고컵스로 이적한 채프만처럼 시속 100마일 정도의 속구를 낼 수 없으면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로 불리는 리베라(뉴욕양키스)와 호프만(샌디에고)도 초기에는 100마일의 속구를 뿌려대곤 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오승환은 속도 면에서는 최고 마무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95.9마일을 기록했지만 이 정도 속도는 평균에도 들지 못한다. 88~89마일이 나오는 슬라이더도 91~92마일까지 끌어올리지 않는 한 언터처블의 영역에는 들지 못한다. 80~82마일 정도가 나오는 체인즈업은 제구 때문에 아직은 불안하다.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모를까, 오승환의 구종과 속도만 놓고 보면 최고의 마무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승환의 직구는 종속이 좋기 때문에 3~4일 정도 속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직구의 궤적이 끝에 가서 떠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오승환의 볼을 치면 플라이볼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직구는 94~95마일만 나오면 충분하다. 최고의 포수인 몰리나의 리드를 고려하면 직구의 구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슬라이더는 구속을 높이지 않는다 해도, 타자 앞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걸칠 듯이 빠져나가도록 던질 수만 있다면 무적의 공이 될 수 있다.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이런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면, 직구의 구속도 3~4마일이 올라가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왼손 타자를 상대해야 할 체인지업이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종보다는 횡으로 휘는 것이 강점이기에 외손타자에는 몸에 맡는 공을 남발할 수 있어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 때문에 왼손타자에서 멀어지며, 커터처럼 살짝 떨어지는 궤적을 보이는 체인지업을 류현진의 전성기처럼 던질 수 있다면 오승환은 신인왕 경쟁에 합류할 수도 있다. 물론 세이브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하지만, 팀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끌어갈 수 있다면 희망적으로 봐도 좋다. 홀드를 많이 기록했기 때문에 15~20세이브만 올릴 수 있고, 방어율이 1점대 초반이나 0점대로 진입한다면 강력한 신인왕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신인왕에 근접했던 이대호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김현수는 규정타석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오승환만이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카디날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둔다면 오승환의 세이브 숫자는 올라가 있을 터, 가을의 포스트시즌에서 오승환의 활약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추신수도 부상에서 복귀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고, 박병호도 콜업돼 20홈런을 기록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승승장구하던 강정호가 불의의 부상을 당한 오늘, 추신수는 슈퍼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인왕도 가능한 루키시즌의 활약을 이어가던 강정호의 뜻밖의 부상은 선수 자신과 국내 팬들에게는 더없는 악몽이고, 피츠버그로서는 포스트시즌에서의 성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가 시속 95마일 이상의 강속구에 대한 타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특급투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날 무기였다는 점에서 피치버그가 입은 손실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머서의 공격력으로는 강정호의 결장을 매울 수 없고, 상대투수들이 받을 압박이 줄어들어 이중의 손해로 작용한다.



맥커친을 제외하면 피치버그의 중심타선은 다른 팀에 비해 약한 편이다. 라미레즈는 타율이 너무 낮고, 세빌리아는 타율은 높지만 장타율이 너무 떨어지고, 마르테와 워커는 두 가지 다 떨어지고 기복도 심하다. 강정호가 마무리투수에 강한 것까지 감안하면 비관적 전망은 더욱 커진다.



이에 반해 멀티히트와 멀티출루를 밥 먹듯이 하는 추신수의 슈퍼울트라 상승세는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성적에 청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최악의 성적을 보여주던 추신수는 팀의 상승세를 주도할 만큼 압도적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추신수의 전성기가 지금이라고 할 만큼 독보적인 성적을 올려주고 있다. 





어제 3안타에 이어 오늘 4안타를 몰아친 추신수는 팀 승리를 위해 출루에 집중(단타 위주의 스윙)하면서도 중요할 때는 타점까지 올리는 등 선순환의 상승세가 개인성적은 물론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올스타 경기 이후만 따지면 추신수의 활약상은 MVP를 받아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폭발적이다.



최근의 메이저리그는 2번과 3번에 무게의 중심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추신수는 이를 100% 이상 소화해내고 있다. 후반기 타율이 4할이 넘고 출루율은 무려 5할을 넘길 정도여서 추신수의 고공행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폭발할 것을 기대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강정호의 활약은 류현진의 공백을 매워졌고, 추신수의 상승세는 단잠을 설치게 해주었다. 포스트시즌에서 강정호와 추신수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됐다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그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기원하며, 추신수라도 멋진 마무리로 맏형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루키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강정호의 활약상은 예상치를 훨씬 웃돈다. 연습경기와 리그 초반에는 강속구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윙의 폭을 줄여 배트스피드를 높인 것이 가장 큰 성공 이유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정적인 레그킥도 이 바람에 장점으로 돌변했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뛸 때 레그킥을 사용한 것은 장타를 양산하기 위함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스윙폭을 줄인 다음에는 레그킥이 배트스피드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서는 노림수가 맞았을 때 예상외의 장타를 양산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강정호가 배트스피드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은 힘으로 동양선수를 찍어 누르려는 강속구투수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백인이건 흑인이건 동양선수에게 힘으로 눌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수들은 강정호를 직구로 상대했고, 강정호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채프먼의 볼(161km)을 끌어당겨 안타(2루타)를 만든 것이 나의 계기가 됐고, 리그 초반 최고의 마무리투수들에게서 홈런과 장타를 뺏어낸 것은 강정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많은 투수들에게 강정호가 강속구를 잘 받아치는 타자로 인식되자 변화구 승부가 많아졌는데, 이것도 금세 대체해냄에 따라 강정호 경계령이 각 팀에 하달됐다.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 강정호는 강타자의 면모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고, 실제로도 리그 전체에서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가장 잘 치는 타자에 올라섰다. 이 모든 것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체력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접어든 강정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몇 타석 안 맞는다 해도 별로 초조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성적도 쌓아두었다. 



처음에는 매우 큰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4번과 5번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강정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도록 만들어주었다. 투수는 상대에게 강타자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컨트롤이 흔들리게 돼있다.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강정호가 강속구에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투수들이 직구를 계속해서 던지는 모험을 피하는 경향도 생겼다. 이는 강정호로 하여금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며, 이것이 들어맞았을 때는 초대형 홈런도 심심찮게 날릴 수 있게 됐다. 만루홈런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기분 좋은 결과다. 





특히 마무리투수는 구종이 2~3가지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노림수가 맞았을 때는 임펙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공을 보는 눈이 좋으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강정호가 마무리투수에게 유독 강한 점도 이런 변화와 타고난 능력 때문이다. 



강정호에 대한 데이터가 철저하게 분석될 내년에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릴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강정호의 활약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팀이 리그 1위가 되면 최상일 것이지만, 남은 게임에서 체력관리만 잘하면 강정호의 루키시즌은 대공성이라 할 만큼 풍성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전 세계 최고의 여성 프로골퍼들이 경쟁하는 LPGA는 한국 낭자들의 독무대로 변해버렸습니다. 작고한 구옥희 프로(LPGA 1승)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던 한국여자골프가 박세리라는 불세출의 선수의 등장으로 변방에서 세계 여성골프의 중심으로 우뚝 솟아올랐습니다.





자하리아스, 패티 버그, 루이스 석스, 미키 라이트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아니카 소렌스탐과 그의 라이벌이었던 캐리 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박세리가 없었다면,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 낭자군의 출현은 최소 10여 년 뒤에나 가능했을 지도 모릅니다. 나올 선수는 나오겠지만 박세리의 공적을 무시할 수 없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대 최고의 선수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로 발돋음하고 있는 골프여제 박인비를 비롯해 최나연, 유소연, 양희영, 최은정 등을 이어 김효주, 김세영, 전인지, 장하나, 백규정 등의 LPGA 루키돌풍까지 박세리의 뒤를 잇는 한국 낭자군의 활약상은 LPGA와 KLPGA를 혼동하게 만들 지경입니다. 캐리 웹이 롤모델인 리디아 고까지 더하면 한국 여성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이들 중에서 아시아선수 최초로 커리어그랜드슬램(최고의 영예는 한 해에 메이저대회를 4개 이상을 제패하는 것)을 달성한 박인비의 상승세는 박세리와 신지애가 이루지 못했던 역대 최고의 선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팬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필자는 역대 최고의 여성골퍼로 아니카 소렌스탐을 꼽고 있습니다(패티 버그와 루이스 석스의 플레이는 본 적이 없어 평가할 수 없고, 미키 라이트는 인터넷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로레나 오초아는 너무 일찍 은퇴했습니다).





팻 브래들리의 전성기부터 간간이 여성골퍼의 경기를 보기 시작한 필자는 박세리 이후로는 LPGA와 KLPGA를 빼놓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아니카 소렌스탐과 캐리 웹을 처음 봤을 때도 KLPGA였다. 대회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박세리와 함께 경쟁했던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소렌스탐은 박인비 만큼은 아니지만 교과서적인 스윙을 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조금은 가냘프던 소렌스탐은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쳐 단단한 체력을 갖추었고, 그에 따라 스윙도 최적화되면서 무적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캐리 웹과 박세리라는 평생의 라이벌이 있었다는 점도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했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선수보다 완벽한 스윙을 갖고 있는 김효주가 시즌 후반부에 들어 고전하고 있는 것도 체력적 한계 때문이라면, 박인비는 그런 면에서 소렌스탐에 거의 뒤지지 않습니다(연습량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대신 ‘상금으로 직결되는’ 퍼트와 지독할 정도의 침착성이 체력적 한계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박세리는 소렌스탐에 비해 비거리와 퍼트가 조금 약했고, 신지애는 비거리와 퍼트에서 조금 약했다. 아이언 샷만 따지면 셋은 비슷하지만, 한 시즌을 풀로 가동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에서 소렌스탐을 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박인비는 비거리에서 뒤지지만 숏게임과 퍼트에서는 앞선다.



특별한 부상이 없고, 지금 같은 페이스가 4~5년 정도 유지된다면 박인비는 소렌스탐의 기록 중에서 메이저대회 우승횟수는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메이저대회는 2승으로 환산해주기 때문에 전체 우승횟수에서는 뒤질지라도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소렌스탐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양궁을 빼면, 대한민국 역사상 한 종목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선수는 많지만 김연아처럼 역대 최고에 오른 선수(김연아 이전에는 카타리나 피트와 미셀 콴이 최고였다)는 없다. 박인비가 바로 턱밑에 이르렀다. 김효주가 체력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거나, 장하나와 전인지의 숏게임과 퍼트가 정교해지거나, 리디아 고가 바람을 타지 않는 한 박인비의 독주를 막을 선수는 없다.



골프는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자본주의의 꽃이어서 시장규모만 따지면 피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미국 선수들의 약진 속에서 박인비의 전성기가 3년 이상 이어지는 것인데, 워낙 한국 낭자군의 약진이 거세서 박인비가 역대 최고로 가기 위해서는 후배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로비가 필요할 것 같다, 조금만 봐달라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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