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온 유소연의 역전우승으로 끝난 ANA인스퍼레이션은 2017년 들어 최고의 전성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 낭자군의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렉시 톰슨의 4벌타(공의 미세한 위치 변경으로 2벌타, 스코어북 기재 잘못으로 2벌타)에서 알 수 있듯 아주 작은 부주의에도 냉혹한 벌칙을 가하는 골프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첫 번째 메이저대회였습니다. 유소연은 메이저대회에 강한 것으로 유명한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역전우승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유소연과 동타로 파이널라운드를 마친 렉시 톰슨이 4벌타를 받지 않았다면 역전우승은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서는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 세삼 확인해주었습니다. 동전으로 볼 마크를 하고 다시 놓은 루틴에서 아주 미세한 오차를 발견하고, 그것에 가차없는 벌타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LPGA의 공정성은 상당한 평가를 받을 것 같습니다. 톰슨에게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최악의 악몽이겠지만, 관중들의 환호에서 봤듯이 전화위복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골프팬에게 톰슨의 불행은 그녀를 응원하는 팬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적에 따라 톰슨을 최고의 인기선수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농후해졌습니다. 우리에게는 우승의 문턱에서 수없이 좌절해온 유소연이 질기고 질겼던 징크스를 탈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두 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2017년의 ANA인스퍼레이션은 톰슨의 불행으로 더많이 회자되고 기억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길게 보면 유소연의 우승기록은 남고 톰슨의 불행은 잊혀지겠지만, 당분간은 톰슨이 받은 4벌타가 세계 여성골프계의 최대 화제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톰슨의 인지도를 지금보다 몇 단계는 끌어올릴 것이며,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몸값을 올렸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놓친 것을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고의 장타력을 보유한 톰슨으로써는 오늘의 불행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는 밑거름으로 전환시킬 수 있개를 바랍니다.  


  

셀 휴스턴 오픈에서 강성훈이 역전패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남녀골퍼가 PGA와 LPGA를 동반우승하는 최초의 기록을 세우는 날로 기록됐을 텐데, 그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축구에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듯이, 골프에서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속설이 오랜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을 ANA인스퍼레이션이 증명해주었습니다. 톰슨에게는 안타까운 대회였지만, 유소연에게는 오랜 징크스를 깨는 의미있는 대회가 됐습니다.  





특유의 장타에 퍼팅마저 좋아진 톰슨은, 소렌스탐에 버금가는 독주를 예상했던 아리아 주타누간과 함께 한국낭자들의 경계대상 1호라는 점은 확실해졌습니다. 메이저퀸 박인비의 부활과 슈퍼루키 박성현의 선전, 이미림과 장하나, 전인지, 김세영, 양희영 등까지 LPGA를 주름잡는 한국낭자군의 면모는 사상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체력적 문제인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위축됐는지 김효주의 부진이 아쉽기만 하지만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ANA인스퍼레이션의 우승자가 유소연이었다는 점에서 오늘의 샷은 트러블샷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18번 홀에서의 칩샷을 들 수 있습니다. 톰슨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강성훈의 역전패를 만회해준 유소연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유소연은 올해의 목표가 3승이라고 했는데, 기왕이면 US여자오픈(우승한 경험이 있다)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2번의 우승을 더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물론 한국낭자들이 골고루 우승해도 상관없고요. LPGA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선에서 한국낭자들의 우승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남자선수들의 우승도 전해졌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테고요. 유소연과 강성훈에게 축하를 보내면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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