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캉이 돌아왔다. 무서운 기세로 메이저리그 2년차를 질주하던 강정호가 의문투성이의 '성폭행 혐의'에 걸려 넘어진 후 강정호의 추락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강정호가 야구에 전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이 무너지자 체력도 급전직하로 떨어졌고, 스윙스피드와 선구안, 수비에서도 문제들이 발생했고, 마음이 급해져 삼진이 늘어나는 등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었다. 





수사 진행상황을 알 수 없어 조심스럽지만, 끝 모를 추락에 더해 프리즈에게 주전경쟁에서도 밀리며 결정이 잦아지던(허들 감독의 강정호에 대한 믿음은 확과하지만) 강정호가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부진 탈출을 증명하는 3개의 홈런이 95~97마일의 공을 받아친 것이고,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여서 강정호의 스윙스피드가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말해준다 



이는 강정호의 체력이 복귀시점에 근접할 만큼 회복됐다는 뜻이다. 체력 회복은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다는 뜻이기도 하고 조급함도 줄어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직 검찰 수사라는 최후의 장벽이 자리하고 있지만,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는 강정호를 보면 '성폭행 혐의'도 최초의 보도와는 달리 무혐의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물론 강정호를 좋아하는 필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성폭행이 사실이라면 강정호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듬직한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의 세이브 추가와 함께, 강정호의 부진 탈출이 올림픽에서 한국의 구기종목들이 전멸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전제가 달린 것이라서 찜찜하기는 하지만, 강정호가 홈런포를 재가동하는데 성공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 강정호의 부활이 시즌 끝까지 이어져 피치버그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졌으면 한다.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가 와일드카드를 차지해도 상관없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오승환이 끝내기 역전홈런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8회 무사만루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9회까지 기세가 이어지지 못해 통한의 역전홈런에 무너졌다. 마무리투수가 6개의 아웃을 책임지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오승환의 블런 세이브를 탓할 수만 없다. 결과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패전의 책임은 오승환보다 정도를 벗어난 매시니 감독의 투수기용에 있지 않을까?





매시니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약간의 무리를 하더라도 7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특급마무리였던 로젠탈을 활용할 수 없고, 오승환의 짐을 덜어줄 불팬의 영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승환의 경험과 구위를 믿을 수밖에 없다. 승리를 위해 8회를 책임져야 할 브록스턴이 무사만루를 자초했지만 '끝판왕'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오승환이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시니 감독의 도박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현실은 냉혹했고, 오승환은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하며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오승환이 등판한 상황에 있었다. 오승환에게 2회를 책임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 마무리로서 무사만루라는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오승환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 8회에 전력을 쏟아부었을 것이고, 타석에 선 것까지 합치면 9회를 책임지는 것이 무리였을 수도 있다. 



오승환이 홈런을 맞은 공은 명백한 실투였는데, 투수가 힘이 떨어졌을 때 가운데 높은 볼은 저주처럼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공 6개로 8회를 틀어막았다 해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오승환이 소모한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진 진출을 위한 치열한 순위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터, 오승환 기용에 있어 매시니 감독의 판단이 오늘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오승환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오승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약물 시대'의 폐단을 헬스와 연습량으로 극복해낸 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마무리투수에게 2회를 맡기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모를까, 아직도 두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팀의 마무리를 혹사시키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늘 오승환은 잘 던졌고, 제 역할도 충분히 했다. 문제는 매시니 감독의 용병술이었고, 무사만루를 자초한 브록스턴과 불펜영입에 실패한 구단에 있다. 내일이나 다음의 기회에 멋진 세이브로 끝판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면 된다. 오승환 파이팅!!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오승환의 세이브 행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카디널즈가 특유의 좀비야구를 되살려내면서 세이브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데, 오승환은 혹사논란에도 불구하고 '끝판왕'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명성을 날렸다 해도,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자리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 직전의 선동렬과 최고 마무리 경쟁을 벌였던 사사키(시애틀, 신인왕 수상)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한 동양선수는 거의 없다. 





김병헌(애리조나)과 우에하라(보스턴)도 사사키처럼 압도적인 마무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뉴욕양키스에서 올해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시카고컵스로 이적한 채프만처럼 시속 100마일 정도의 속구를 낼 수 없으면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로 불리는 리베라(뉴욕양키스)와 호프만(샌디에고)도 초기에는 100마일의 속구를 뿌려대곤 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오승환은 속도 면에서는 최고 마무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95.9마일을 기록했지만 이 정도 속도는 평균에도 들지 못한다. 88~89마일이 나오는 슬라이더도 91~92마일까지 끌어올리지 않는 한 언터처블의 영역에는 들지 못한다. 80~82마일 정도가 나오는 체인즈업은 제구 때문에 아직은 불안하다.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모를까, 오승환의 구종과 속도만 놓고 보면 최고의 마무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승환의 직구는 종속이 좋기 때문에 3~4일 정도 속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직구의 궤적이 끝에 가서 떠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오승환의 볼을 치면 플라이볼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직구는 94~95마일만 나오면 충분하다. 최고의 포수인 몰리나의 리드를 고려하면 직구의 구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슬라이더는 구속을 높이지 않는다 해도, 타자 앞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걸칠 듯이 빠져나가도록 던질 수만 있다면 무적의 공이 될 수 있다.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이런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면, 직구의 구속도 3~4마일이 올라가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왼손 타자를 상대해야 할 체인지업이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종보다는 횡으로 휘는 것이 강점이기에 외손타자에는 몸에 맡는 공을 남발할 수 있어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 때문에 왼손타자에서 멀어지며, 커터처럼 살짝 떨어지는 궤적을 보이는 체인지업을 류현진의 전성기처럼 던질 수 있다면 오승환은 신인왕 경쟁에 합류할 수도 있다. 물론 세이브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하지만, 팀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끌어갈 수 있다면 희망적으로 봐도 좋다. 홀드를 많이 기록했기 때문에 15~20세이브만 올릴 수 있고, 방어율이 1점대 초반이나 0점대로 진입한다면 강력한 신인왕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신인왕에 근접했던 이대호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김현수는 규정타석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오승환만이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카디날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둔다면 오승환의 세이브 숫자는 올라가 있을 터, 가을의 포스트시즌에서 오승환의 활약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추신수도 부상에서 복귀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고, 박병호도 콜업돼 20홈런을 기록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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