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강정호가 불의의 부상을 당한 오늘, 추신수는 슈퍼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인왕도 가능한 루키시즌의 활약을 이어가던 강정호의 뜻밖의 부상은 선수 자신과 국내 팬들에게는 더없는 악몽이고, 피츠버그로서는 포스트시즌에서의 성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가 시속 95마일 이상의 강속구에 대한 타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특급투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날 무기였다는 점에서 피치버그가 입은 손실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머서의 공격력으로는 강정호의 결장을 매울 수 없고, 상대투수들이 받을 압박이 줄어들어 이중의 손해로 작용한다.



맥커친을 제외하면 피치버그의 중심타선은 다른 팀에 비해 약한 편이다. 라미레즈는 타율이 너무 낮고, 세빌리아는 타율은 높지만 장타율이 너무 떨어지고, 마르테와 워커는 두 가지 다 떨어지고 기복도 심하다. 강정호가 마무리투수에 강한 것까지 감안하면 비관적 전망은 더욱 커진다.



이에 반해 멀티히트와 멀티출루를 밥 먹듯이 하는 추신수의 슈퍼울트라 상승세는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성적에 청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최악의 성적을 보여주던 추신수는 팀의 상승세를 주도할 만큼 압도적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추신수의 전성기가 지금이라고 할 만큼 독보적인 성적을 올려주고 있다. 





어제 3안타에 이어 오늘 4안타를 몰아친 추신수는 팀 승리를 위해 출루에 집중(단타 위주의 스윙)하면서도 중요할 때는 타점까지 올리는 등 선순환의 상승세가 개인성적은 물론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올스타 경기 이후만 따지면 추신수의 활약상은 MVP를 받아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폭발적이다.



최근의 메이저리그는 2번과 3번에 무게의 중심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추신수는 이를 100% 이상 소화해내고 있다. 후반기 타율이 4할이 넘고 출루율은 무려 5할을 넘길 정도여서 추신수의 고공행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폭발할 것을 기대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강정호의 활약은 류현진의 공백을 매워졌고, 추신수의 상승세는 단잠을 설치게 해주었다. 포스트시즌에서 강정호와 추신수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됐다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그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기원하며, 추신수라도 멋진 마무리로 맏형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루키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강정호의 활약상은 예상치를 훨씬 웃돈다. 연습경기와 리그 초반에는 강속구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윙의 폭을 줄여 배트스피드를 높인 것이 가장 큰 성공 이유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정적인 레그킥도 이 바람에 장점으로 돌변했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뛸 때 레그킥을 사용한 것은 장타를 양산하기 위함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스윙폭을 줄인 다음에는 레그킥이 배트스피드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서는 노림수가 맞았을 때 예상외의 장타를 양산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강정호가 배트스피드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은 힘으로 동양선수를 찍어 누르려는 강속구투수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백인이건 흑인이건 동양선수에게 힘으로 눌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수들은 강정호를 직구로 상대했고, 강정호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채프먼의 볼(161km)을 끌어당겨 안타(2루타)를 만든 것이 나의 계기가 됐고, 리그 초반 최고의 마무리투수들에게서 홈런과 장타를 뺏어낸 것은 강정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많은 투수들에게 강정호가 강속구를 잘 받아치는 타자로 인식되자 변화구 승부가 많아졌는데, 이것도 금세 대체해냄에 따라 강정호 경계령이 각 팀에 하달됐다.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 강정호는 강타자의 면모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고, 실제로도 리그 전체에서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가장 잘 치는 타자에 올라섰다. 이 모든 것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체력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접어든 강정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몇 타석 안 맞는다 해도 별로 초조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성적도 쌓아두었다. 



처음에는 매우 큰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4번과 5번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강정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도록 만들어주었다. 투수는 상대에게 강타자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컨트롤이 흔들리게 돼있다.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강정호가 강속구에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투수들이 직구를 계속해서 던지는 모험을 피하는 경향도 생겼다. 이는 강정호로 하여금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며, 이것이 들어맞았을 때는 초대형 홈런도 심심찮게 날릴 수 있게 됐다. 만루홈런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기분 좋은 결과다. 





특히 마무리투수는 구종이 2~3가지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노림수가 맞았을 때는 임펙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공을 보는 눈이 좋으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강정호가 마무리투수에게 유독 강한 점도 이런 변화와 타고난 능력 때문이다. 



강정호에 대한 데이터가 철저하게 분석될 내년에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릴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강정호의 활약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팀이 리그 1위가 되면 최상일 것이지만, 남은 게임에서 체력관리만 잘하면 강정호의 루키시즌은 대공성이라 할 만큼 풍성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전 세계 최고의 여성 프로골퍼들이 경쟁하는 LPGA는 한국 낭자들의 독무대로 변해버렸습니다. 작고한 구옥희 프로(LPGA 1승)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던 한국여자골프가 박세리라는 불세출의 선수의 등장으로 변방에서 세계 여성골프의 중심으로 우뚝 솟아올랐습니다.





자하리아스, 패티 버그, 루이스 석스, 미키 라이트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아니카 소렌스탐과 그의 라이벌이었던 캐리 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박세리가 없었다면,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 낭자군의 출현은 최소 10여 년 뒤에나 가능했을 지도 모릅니다. 나올 선수는 나오겠지만 박세리의 공적을 무시할 수 없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대 최고의 선수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로 발돋음하고 있는 골프여제 박인비를 비롯해 최나연, 유소연, 양희영, 최은정 등을 이어 김효주, 김세영, 전인지, 장하나, 백규정 등의 LPGA 루키돌풍까지 박세리의 뒤를 잇는 한국 낭자군의 활약상은 LPGA와 KLPGA를 혼동하게 만들 지경입니다. 캐리 웹이 롤모델인 리디아 고까지 더하면 한국 여성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이들 중에서 아시아선수 최초로 커리어그랜드슬램(최고의 영예는 한 해에 메이저대회를 4개 이상을 제패하는 것)을 달성한 박인비의 상승세는 박세리와 신지애가 이루지 못했던 역대 최고의 선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팬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필자는 역대 최고의 여성골퍼로 아니카 소렌스탐을 꼽고 있습니다(패티 버그와 루이스 석스의 플레이는 본 적이 없어 평가할 수 없고, 미키 라이트는 인터넷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로레나 오초아는 너무 일찍 은퇴했습니다).





팻 브래들리의 전성기부터 간간이 여성골퍼의 경기를 보기 시작한 필자는 박세리 이후로는 LPGA와 KLPGA를 빼놓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아니카 소렌스탐과 캐리 웹을 처음 봤을 때도 KLPGA였다. 대회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박세리와 함께 경쟁했던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소렌스탐은 박인비 만큼은 아니지만 교과서적인 스윙을 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조금은 가냘프던 소렌스탐은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쳐 단단한 체력을 갖추었고, 그에 따라 스윙도 최적화되면서 무적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캐리 웹과 박세리라는 평생의 라이벌이 있었다는 점도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했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선수보다 완벽한 스윙을 갖고 있는 김효주가 시즌 후반부에 들어 고전하고 있는 것도 체력적 한계 때문이라면, 박인비는 그런 면에서 소렌스탐에 거의 뒤지지 않습니다(연습량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대신 ‘상금으로 직결되는’ 퍼트와 지독할 정도의 침착성이 체력적 한계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박세리는 소렌스탐에 비해 비거리와 퍼트가 조금 약했고, 신지애는 비거리와 퍼트에서 조금 약했다. 아이언 샷만 따지면 셋은 비슷하지만, 한 시즌을 풀로 가동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에서 소렌스탐을 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박인비는 비거리에서 뒤지지만 숏게임과 퍼트에서는 앞선다.



특별한 부상이 없고, 지금 같은 페이스가 4~5년 정도 유지된다면 박인비는 소렌스탐의 기록 중에서 메이저대회 우승횟수는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메이저대회는 2승으로 환산해주기 때문에 전체 우승횟수에서는 뒤질지라도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소렌스탐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양궁을 빼면, 대한민국 역사상 한 종목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선수는 많지만 김연아처럼 역대 최고에 오른 선수(김연아 이전에는 카타리나 피트와 미셀 콴이 최고였다)는 없다. 박인비가 바로 턱밑에 이르렀다. 김효주가 체력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거나, 장하나와 전인지의 숏게임과 퍼트가 정교해지거나, 리디아 고가 바람을 타지 않는 한 박인비의 독주를 막을 선수는 없다.



골프는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자본주의의 꽃이어서 시장규모만 따지면 피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미국 선수들의 약진 속에서 박인비의 전성기가 3년 이상 이어지는 것인데, 워낙 한국 낭자군의 약진이 거세서 박인비가 역대 최고로 가기 위해서는 후배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로비가 필요할 것 같다, 조금만 봐달라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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