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끝내기 역전홈런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8회 무사만루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9회까지 기세가 이어지지 못해 통한의 역전홈런에 무너졌다. 마무리투수가 6개의 아웃을 책임지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오승환의 블런 세이브를 탓할 수만 없다. 결과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패전의 책임은 오승환보다 정도를 벗어난 매시니 감독의 투수기용에 있지 않을까?





매시니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약간의 무리를 하더라도 7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특급마무리였던 로젠탈을 활용할 수 없고, 오승환의 짐을 덜어줄 불팬의 영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승환의 경험과 구위를 믿을 수밖에 없다. 승리를 위해 8회를 책임져야 할 브록스턴이 무사만루를 자초했지만 '끝판왕'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오승환이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시니 감독의 도박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현실은 냉혹했고, 오승환은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하며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오승환이 등판한 상황에 있었다. 오승환에게 2회를 책임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 마무리로서 무사만루라는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오승환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 8회에 전력을 쏟아부었을 것이고, 타석에 선 것까지 합치면 9회를 책임지는 것이 무리였을 수도 있다. 



오승환이 홈런을 맞은 공은 명백한 실투였는데, 투수가 힘이 떨어졌을 때 가운데 높은 볼은 저주처럼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공 6개로 8회를 틀어막았다 해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오승환이 소모한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진 진출을 위한 치열한 순위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터, 오승환 기용에 있어 매시니 감독의 판단이 오늘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오승환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오승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약물 시대'의 폐단을 헬스와 연습량으로 극복해낸 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마무리투수에게 2회를 맡기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모를까, 아직도 두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팀의 마무리를 혹사시키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늘 오승환은 잘 던졌고, 제 역할도 충분히 했다. 문제는 매시니 감독의 용병술이었고, 무사만루를 자초한 브록스턴과 불펜영입에 실패한 구단에 있다. 내일이나 다음의 기회에 멋진 세이브로 끝판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면 된다. 오승환 파이팅!!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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