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세이브 행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카디널즈가 특유의 좀비야구를 되살려내면서 세이브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데, 오승환은 혹사논란에도 불구하고 '끝판왕'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명성을 날렸다 해도,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자리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 직전의 선동렬과 최고 마무리 경쟁을 벌였던 사사키(시애틀, 신인왕 수상)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한 동양선수는 거의 없다. 





김병헌(애리조나)과 우에하라(보스턴)도 사사키처럼 압도적인 마무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뉴욕양키스에서 올해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시카고컵스로 이적한 채프만처럼 시속 100마일 정도의 속구를 낼 수 없으면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로 불리는 리베라(뉴욕양키스)와 호프만(샌디에고)도 초기에는 100마일의 속구를 뿌려대곤 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오승환은 속도 면에서는 최고 마무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95.9마일을 기록했지만 이 정도 속도는 평균에도 들지 못한다. 88~89마일이 나오는 슬라이더도 91~92마일까지 끌어올리지 않는 한 언터처블의 영역에는 들지 못한다. 80~82마일 정도가 나오는 체인즈업은 제구 때문에 아직은 불안하다.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모를까, 오승환의 구종과 속도만 놓고 보면 최고의 마무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승환의 직구는 종속이 좋기 때문에 3~4일 정도 속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직구의 궤적이 끝에 가서 떠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오승환의 볼을 치면 플라이볼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직구는 94~95마일만 나오면 충분하다. 최고의 포수인 몰리나의 리드를 고려하면 직구의 구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슬라이더는 구속을 높이지 않는다 해도, 타자 앞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걸칠 듯이 빠져나가도록 던질 수만 있다면 무적의 공이 될 수 있다.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이런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면, 직구의 구속도 3~4마일이 올라가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왼손 타자를 상대해야 할 체인지업이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종보다는 횡으로 휘는 것이 강점이기에 외손타자에는 몸에 맡는 공을 남발할 수 있어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 때문에 왼손타자에서 멀어지며, 커터처럼 살짝 떨어지는 궤적을 보이는 체인지업을 류현진의 전성기처럼 던질 수 있다면 오승환은 신인왕 경쟁에 합류할 수도 있다. 물론 세이브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하지만, 팀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끌어갈 수 있다면 희망적으로 봐도 좋다. 홀드를 많이 기록했기 때문에 15~20세이브만 올릴 수 있고, 방어율이 1점대 초반이나 0점대로 진입한다면 강력한 신인왕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신인왕에 근접했던 이대호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김현수는 규정타석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오승환만이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카디날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둔다면 오승환의 세이브 숫자는 올라가 있을 터, 가을의 포스트시즌에서 오승환의 활약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추신수도 부상에서 복귀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고, 박병호도 콜업돼 20홈런을 기록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루키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강정호의 활약상은 예상치를 훨씬 웃돈다. 연습경기와 리그 초반에는 강속구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윙의 폭을 줄여 배트스피드를 높인 것이 가장 큰 성공 이유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정적인 레그킥도 이 바람에 장점으로 돌변했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뛸 때 레그킥을 사용한 것은 장타를 양산하기 위함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스윙폭을 줄인 다음에는 레그킥이 배트스피드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서는 노림수가 맞았을 때 예상외의 장타를 양산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강정호가 배트스피드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은 힘으로 동양선수를 찍어 누르려는 강속구투수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백인이건 흑인이건 동양선수에게 힘으로 눌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수들은 강정호를 직구로 상대했고, 강정호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채프먼의 볼(161km)을 끌어당겨 안타(2루타)를 만든 것이 나의 계기가 됐고, 리그 초반 최고의 마무리투수들에게서 홈런과 장타를 뺏어낸 것은 강정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많은 투수들에게 강정호가 강속구를 잘 받아치는 타자로 인식되자 변화구 승부가 많아졌는데, 이것도 금세 대체해냄에 따라 강정호 경계령이 각 팀에 하달됐다.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 강정호는 강타자의 면모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고, 실제로도 리그 전체에서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가장 잘 치는 타자에 올라섰다. 이 모든 것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체력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접어든 강정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몇 타석 안 맞는다 해도 별로 초조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성적도 쌓아두었다. 



처음에는 매우 큰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4번과 5번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강정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도록 만들어주었다. 투수는 상대에게 강타자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컨트롤이 흔들리게 돼있다.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강정호가 강속구에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투수들이 직구를 계속해서 던지는 모험을 피하는 경향도 생겼다. 이는 강정호로 하여금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며, 이것이 들어맞았을 때는 초대형 홈런도 심심찮게 날릴 수 있게 됐다. 만루홈런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기분 좋은 결과다. 





특히 마무리투수는 구종이 2~3가지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노림수가 맞았을 때는 임펙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공을 보는 눈이 좋으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강정호가 마무리투수에게 유독 강한 점도 이런 변화와 타고난 능력 때문이다. 



강정호에 대한 데이터가 철저하게 분석될 내년에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릴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강정호의 활약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팀이 리그 1위가 되면 최상일 것이지만, 남은 게임에서 체력관리만 잘하면 강정호의 루키시즌은 대공성이라 할 만큼 풍성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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