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1)
바람이 붑니다
하늘에서 땅까지
하나의 향기로 바람이 붑니다
지금까진 막연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언제고 내 피가 뜨거운 중에
아니 어쩌면 안개 속에 있었기에
있었는지조차 미더웠던
왜 바람이 부는지
그 속의 향기는 나만의 것인지
어찌하여 새벽 동틀 무렵엔
내 영혼은 산란기의 연어가 되는지
지금까지는
내 몸에서 빠져나간 내가
저기 어디쯤 있을 거라고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호흡처럼 스며들 것이라고
삶 속의 숱한 우연들처럼
당신이란 의미가
내 앞의 햇살이 되기 전까진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4)
편지를 씁니다
봄비 그친 후 첫 햇살로
당신 이름을 쓰고
당신 닮은 목련의 향기들로 인사를 하고
4월 바람 속 온기들만 모아서
첫 줄을 씁니다
다음 한 줄은 5월의 나무들에 기대어
물오른 초록들을 빌리렵니다
봄볕에 하나 씩 익어가는 딸기의 당분으로
내 떨림을 적으렵니다
지금 방안엔 숱한 꽃들과 바람
잎새들로 넘쳐 있는데
4번째 줄에서 멈춰 있는 말들이
당신 모습만큼 아름답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