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전방과 후방, 허리 모든 면에서 A대표팀은 월드컵에 8회 연속으로 진출한 팀이라고 하기에는 개인기와 조직력 모두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 주에 중국에 충격적인 1대 0 패배에 이어 시리아와의 일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수준 이하였다. 축구에서 평가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A대표팀은 망가져버렸다.
A대표팀의 문제는 조직력과 순간 대응력이 떨어지는 수비진의 우왕좌왕, 별로 뛰어나지 않는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공격진의 단조로움, 게임을 조율하고 상황에 따른 전술변화를 창출해야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리베로의 완벽한 실종까지 총체적인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슈툴리케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 약체 시리아를 홈으로 불러와서도 전반에 터진 홍정호의 중거리슛 한방으로 신승한 것은 후반전에는 위기의 연속이었다는 점에서 경기를 즐길 수 없었다.
필자의 정도의 나이에 이르면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많이 줄어들기에 재미있는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월드컵에 9회 연속 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경기가 납득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욕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공한증을 벗어나지 못해 시진핑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중국 A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패했을 때도 경기력이 높았다면 아무런 불만도 없을 터였다.
그런 이유로 해서 오늘의 시리아전에서는 중국과의 졸전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을 슈틸리케 감독이 내놨어야 하며, 선수 기용과 정신 무장도 그에 따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어야 했다. 중국전에 이어 오늘의 시리아전을 보면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이란 어떤 특징도 찾을 수 없는 지리멸렬한 수준이었다. 전반 4분만에 골을 넣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슈틸리케 감독이 내놓은 처방이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었다.
월드컵 9회 진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경기력으로 월드컵에 진출하면 어떤 대진표를 받아들던 예선에서 참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표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중에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이 포함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표팀만의 칼라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누구나 말해서 식상한 말이지만) 월드컵 8회 연속 진출팀의 수준에 맞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표팀에 뽑혔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지만 중국과 시리아와의 졸전에 관해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하고 무엇이 문제라고 하던 경기력은 선수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팀은, 그것도 A대표팀은 한국축구 전체와 성공적인 역사, 현재의 위상과 미래의 가능성을 대표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승리에 마냥 박수만 쳐줄 수 없는 것을 너무 섭섭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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