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야구 만큼 다양한 기록을 중시하는 스포츠도 없다. 기록이 곧 선수와 팀의 능력을 말한다. 이렇게 기록을 중시하다 보니 야구를 떠올리면 반드시 불멸의 기록들이 따라온다. 갈수록 분업화되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야구에서 기록이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타자, 투수, 팀들이 한 번의 타석, 하나의 투구, 하루의 경기에 따라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로 칭송받는 이승엽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어제까지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던 양준혁과 함께 1,289타점을 달성한 단 두 명의 타자였던 이승엽이 오늘 최고의 왼손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침으로써 1타점을 더했다. 이로써 국민타자 이승엽은 1,390타점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타자로서 최고의 덕목은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것이라면, 이승엽은 이 방면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승엽이 양준혁보다 수백 경기를 덜 띠고도 통산타점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홈런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준혁처럼 동료와 선후배들이 루상에 많이 진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이승엽이 세운 통산타점신기록은 협동의 산물이라는데 더욱 의미가 있다. 또한 타점이 많을수록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오늘의 신기록은 더욱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승엽은 한일통산 600호 홈런도 단 두 개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신기록 행진은 내년에 은퇴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홈런을 치고 타점을 올리는 모든 것들이 새로운 기록으로 쌓이고 축적되니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으리라. 예상을 뛰어넘은 강정호의 성공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나 재팬리그로 빠져나가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승엽의 기록들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넘사벽의 차원'에서 독야청청할 것으로 보인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지만,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선수가 나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치로를 연상시키는 구자옥 같은 선수가 KBO리그에서 20년 이상 활약한다면 모를까, 이승엽이 기록한 타점과 홈런기록을 뛰어넘을 선수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이승엽은 현역이면서도 전설이다. 훌륭한 인성까지 갖춘 이승엽이 오늘과 내일의 경기에서 한일통산 600호 홈런도 기록하기를 기대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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