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자매를 빼면 백인이 독점하고 있는 프로테니스에서, 그것도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에서 한국선수가 4강에 오른 것은 김연아의 우승에 버금가는 위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자 프로테니스에서 동양인으로써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는 마이클 창(대만, 프랑스오픈 우승)과 리나(중국, 호주와 프랑스오픈 우승)가 유일한데ㅡ현역으로는 일본선수 니시코리 게이가 US오픈에서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ㅡ정현이 준결승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사실 정현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미래의 남자테니스를 이끌어갈 선수들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이형택의 은퇴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한국 남자테니스가 정현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성기로 향해가고 있는 것이지요. 테니스의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도 정현의 활약으로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정현이 준결승에서 대결할 로저 페더러(2위)는 남자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이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절대강자여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페더러에 버금가는 선수로 평가받는 조코비치와 현 세계4위 즈레베프를 격파한 상승세만 유지할 수 있다면 사상 최고의 업셋도 가능합니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만 19회나 우승한 페더러는 잔디와 하드코드에서는 무적의 경지에 이른 절대강자이지만 나달과 조코비치처럼 장기전에 강한 선수에게는 약점을 드러내곤 합니다. 페더러가 정현의 플레이에 대해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의 황제 나달과 비견되는 하드코트의 조코비치 같다고 말한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따라서 정현이 페더러에게 1, 2세트를 내주더라도 랠리수를 늘리며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다면, 그래서 5세트까지 승부를 끌고갈 수 있다면 꿈속에서나 가능할 기적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조코비치와 즈레베프 전에서 보여준 서브 리턴과 코드 좌우를 파고드는 패싱샷만 터져준다면, 동시에 첫 서브 성공률을 최대화할 수 있다면 천하의 페더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의 기적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나달(세계 1위)이 탈락했기 때문에 페더러를 넘는다면 우승까지도 가능합니다. 





정현이 금요일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보다 위대한 선수로 평가되는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랜드슬램 대회의 준결승에서 경기를 즐기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그날의 정현이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공은 둥글고 아름다운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야구감독보다는 철학자에 가까웠던 요기 베라의 말처럼,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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